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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는 전 미국대통령 레이건에게 배워라

곳간지기1 2008. 2. 4. 18:10
 

인수위는 전 미국대통령 레이건에게 배워라 !!


  농촌진흥청 폐지안은 철학의 빈곤 !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농촌진흥청 폐지안은 가히 충격적이다. 경향 각지에서 농민들이 항의집회를 열어 성명서를 발표하고, 관련 학계에서는 새 정부의 농업․농촌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질타하고, 심지어 소비자 단체까지 가세하여 그 부당함을 성토하기에 이르렀다. 일부에서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농민의 힘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처럼 1월 16일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된 이래 보름이 넘도록 민심이 들끓고 있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혼란을 야기하는 결과가 되었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의 설계사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의 김동욱 교수는 정부조직개편을 마치 군사작전 하듯이 해치우라고 충고한다. 김교수는 조직개편 작업이 대통령당선 확정 후 1주일 이내에 시작하여 1개월 내에 대강을 마무리하는 대단히 압축적인 활동이라고 일깨우고 있다. 김교수의 충고에 따라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정부조직개편 작업은 필연적으로 절차적 타당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방송사에서 진행된 몇 차례의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중요하게 제기되었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은 내용 측면에서도 심도 있는 고민이 부족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차산업분야에 한정하여 본다면, 농업 발전과 농촌 활력화에 대한 근원적인 장기구상의 제시 없이 조직적인 외양 꾸미기에만 급급하였다는 인상을 준다. 게다가 이른바 ‘농수산식품부’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농업의 비중이 축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촌진흥청을 폐지하겠다는 발상은, 농민들 사이에, 농업의 사회적 지위가 더욱 저하될 것이고, 급기야 국가가 농업을 포기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과의 FTA협상 비준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이 받을 심리적 공포감을 무시한 것은 전략의 부재이면서, 동시에 국민을 만만하게 보는 오만의 소치이다. 1월 28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농민단체가 주최한 시위현장에서 보인 ‘인수위에 박힌 전봇대를 뽑아내자’라는 구호를 인수위원회는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 폐지안은 전략의 부재 !

  인수위 정부혁신 규제개혁 TF팀장인 박재완 의원은 ‘조직개편은 정답이 없다, 실패하면 5년 후 정권을 내놓으면 될 것 아니냐’라고 한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대답이다. 정권만 내놓으면 책임을 다 지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 실패 등의 이유로 농업 기반이 붕괴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행여 다시 추스른다고 하더라도 그 여파는 오랜 동안 지속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농업정책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정권 담임자들은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인수위는 농촌진흥청 폐지의 변으로 “생명공학은 기술의 진보속도가 빨라 공무원 조직으로는 따라가기가 어려우며, 정부조직으로 있는 한 조직 및 인력이 법령에 엄격히 통제를 받고 예산도 제대로 확보하기 힘들어 경직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폐지의 변 치고는 너무 옹색하다. 2008년도 1월 현재 국가연구기관은 14개 부처청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중 일부만 소개하면 국립기상연구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전파연구소, 국립환경연구원, 산자부의 기술표준원 등이 있다. 그런데 이들 분야에서는 기술의 진보속도가 더딘가? 그리고 그 연구기관들은 법령의 통제도 받지 않고, 예산도 신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연구기관들은 무릉도원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변명을 늘어놓더라고 그럴듯해야 할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여 7,000명의 머릿수를 채우다 보니 농촌진흥청을 포함하여 인원이 많은 1차산업분야 연구기관들을 우겨넣었다고 고백하는 편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14개 부처청의 국가연구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인원은 4,822명인데, 그중 이번에 희생양으로 삼고 싶은 1차산업분야 연구기관의 종사자는 64%인 3,086명이다. 특히 농촌진흥청은 2,146명으로 인원이 가장 많다.


  농촌진흥청 폐지안은 균형감각의 상실 !

  국가연구기관 중에 농촌진흥청의 규모가 가장 큰 이유는 농업이 중요한 산업이지만 민간연구기능이 전무하다시피하기 때문이다. 국가 기간산업인 농업분야의 기술개발은 돈 되는 사업이 아니라서 민간 기업이 욕심을 내지 않는다. 농업이 가장 발달된 미국에서조차 농업연구청(ARS)이라는 국가연구기관을 두고 있다. 우리의 농촌진흥청과 비교하여 미국의 농업연구청은 연구인력은 3.5배, 연구비는 9배 규모이다. 미국이 이만한 규모의 국가농업연구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미국의 생명공학 기술의 진보속도가 한국보다 빠르지 않아서일까? 아니다. 생각의 차이가 그 원인이다. 미국은 농경지, 생물자원, 농업기술, 농민, 농촌 등의 농업자원을 국가 존립을 위해 보존해야 할 원천자원으로 간주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의 농림부는 주판알을 튕겨보고 수산업과 식품은 가져오되, 표도 안 나고 귀찮기만 한 농업은 생색만 낸다는 것이 기본 방침은 아닌 지 우려스럽다. 그렇지 않고서야 농촌진흥청을 폐지하겠다는 인수위를 대신하여 농림부 출신 전문위원이 농촌진흥청 간부에게 ‘조용히 하라’는 전화를 했겠는가.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말을 믿지 않지만 그 전문위원은 영혼이 없는 게 분명하다. 오로지 자신의 영달과 안위만 챙길 뿐!


  가까운 일본은 1999년 「식료․농업․농촌기본법」을 제정하고, 이 기본법에 근거하여 농림수산 시험연구체제의 개편을 검토하게 된다. 그 결과 2001년 4월 1차로 농림수산분야 국가연구기관을 독립행정법인으로 전환하고, 5년의 경과조치 이후 2006년 4월 2차 조직개편으로 완전한 민간연구기관으로 전환한다. 그렇지만 독립행정법인으로 전환한 후 안정적인 연구추진이 불가능해지고, 연구원간 협조체제가 느슨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현재는 국가공무원 조직으로 환원할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을 보면 진지하고, 신의를 다하며, 해당 연구자는 물론이고 농업인과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자 애쓰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그런데 우리는 ‘주식회사 일본’보다 더 주식회사답다. 전광석화처럼 꼬리를 잘라낸다. Dynamic Korea! 를 넘어 Amazing Korea!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설사 필요해서 하는 일일지라도, 충분한 논의와 설득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가가 신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가는 충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현대 행정학 개론에는 국가가 지켜야 할 덕목이 기술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R&D 부문에서 이처럼 눈부신 실적을 낸 비결은 오늘의 끼니보다 내일의 씨앗을 걱정하는 농부 정신에서 나왔다.” 이 문구는 농촌진흥청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일본 시마즈제작소에 관한 동아일보의 2월 1일자 기사의 일부이다. 다 알다시피 시마즈제작소는 다나카 고이치라는 연구원이 2002년도 노벨 화학상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동아일보 기사를 좀 더 인용해 보자. “주주로부터 ‘눈에 보이는 성과’를 끊임없이 요구받는 상장회사이지만 R&D의 20%는 제품과 직접 상관없는 기초연구에 투입하고 있다...... 세계 최초나 일본 최초의 제품을 만들려면 응용기술만 가지고는 안 된다. 기초기술이 튼튼해야 한다.” 그렇다. 한 국가의 농업도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초기술이 튼튼해야 한다. 그런데 농촌진흥청이 출연연구소로 전환되면 ‘눈에 보이는 성과’를 요구하는 정부의 기대를 무시할 수 있을까.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출연연구소의 현주소는 암담하다. 과학기술 행정체계는 과학자 지배와 관리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산 권력을 가지고 과학자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을 뿐, 과학자의 연구를 진정으로 지원하는 행정체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출연연구소의 원장은 통상 차관급으로 통하지만 사무관보다 힘이 없어서, 현장의 연구자들은 원장을 ‘주사’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과학입국은 요원한 일이다. 농촌진흥청도 출연연구소가 된다면 그 앞날이 뻔하다.


  인수위원회는 레이건으로부터 배워라 !

  1986년 이란-콘트라게이트로 미국의 조야가 들끓었다. 당시 70대 중반의 고령이었던 레이건 대통령은 청문회에 나가 사과를 해야 했다. 그는 ‘이 나이에도 실수를 하는군요.’라고 했다고 한다. 이번 인수위원회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거둬들임으로써 더 큰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수위원회의 농촌진흥청 폐지안은 잘못된 것으로서 철회되어야 한다.


- 인수위 고유번호 : 46196, 게시일 : 2008. 2. 4, 글쓴이 : 이기탁